오디오가전 수리/오디오수리

[기타가전수리] Toshiba AM/FM Receiver RP-2056 (소형라디오)

윤이네집 2019. 1. 17. 17:50


장속에서 20여년간 곤히 잠자고 있던 소형라디오를 끄집어냈다.


아마도 대학 4학년때쯤일테다. 알바비를 모아서 파나소닉 워크맨 하나를 거금을 주고 구입했었는데, 사용한지 한달도 안 되서 국립도서관에 갖고 갔다가 대낮에 홀라당 도둑을 맞았다. 워크맨을 다시 사기는 너무 속이 쓰렸고 꿩 대신 닭이라고 황학동 중고가전 골목에 가서 3-4만원 주고 조그만 라디오를 하나 샀었던게 이녀석이다. 나름 주파수도 잘 잡히고 음질도 꽤 좋아서 한참을 애용했었다.



도시바에서 나온 AM/FM Stereo Synthesizer Receiver RP-2056.

Digital Tuner라고 강조된 것이 눈에 띈다. 구입 당시였던 90년대 초반은 뭐든 Digital이어야 최신형 취급을 받던 시대였던 것 같다. 지금은 가전업계간에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되었지만 20-30년전만 해도 모든 가전사들이 종합가전업체를 표방하던 시대였던 만큼 도시바 라디오가 낮설지 않은 상표였다. 하긴 도시바가 워크맨도 만들었었으니.....



배터리를 빼지 않고 보관했던 탓에 배터리케이스에 누액흔적이 여기저기 있다. 배터리단자를 커터칼과 알콜로 잘 청소해줘서 접점을 부활시켰지만 여전히 전원이 안 들어오고 먹통이다.


내부확인을 위해 케이스를 열었다. 뒷면 정중앙의 나사 하나를 풀어주고 나머진 헤라로 옆구리를 살살 제껴주면 뚜껑이 열린다.


다행히 배터리케이스가 잘 막고 있어서 배터리누액이 내부기판에까지 영향을 주진 않았다.


내부는 놀라왔다. 저 손바닥 반만한 조그만 케이스에 저 많은 부품이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니....당연히 대부분의 부품이 IC와 SMD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에상외로 전부다 리드형 부품으로 납땜되어 있다.


 저 납땜을 다 손으로 했을까? 납땜 형태로 보아 기계가 한 것 같진 않다. 인건비가 얼마나 쌌으면 저걸 다 손으로 납땜했을까?ㅠㅠ


혹시 단자 접촉불량인가 싶어 전원을 악어클립에 물려 바로 넣어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먹통.


전원단자 문제가 아니니 다음으로는 파워스위치의 접촉불량이 의심된다. 아래 왼쪽에 보이는 택스위치가 파워-온 스위치. 테스터기로 저항값 재보니 버튼을 눌러도 저항값이 아예 안 읽힌다. 완전 오픈 상태. 일단 테스트를 위해 드라이버로 택스위치의 양 단자를 쇼트시켜 봤더니..............

짜~잔......전원이 들어온다.


주파수 잘 잡히고 소리 잘 나온다.ㅎㅎ


그런데, 발견된 문제들.......


1) 볼륨 조정이 안 된다. 소리가 거의 MAX에 가깝고 볼륨을 줄여도 소리가 약간만 줄어들뿐 이어폰으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음량이 크다. 가변저항값을 측정해보니 양 극단끼리는 15K옴이고 볼륨을 최저치로 하면 13K옴 정도가 읽힌다. 접불 문제도 아닌 듯 싶은데, 잘 모르겠다. 구글링 해보니까 냉납이 의심되니 납땜을 다시 해보라는데 냉납이면 소리가 안 나와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하여튼 지금은 원인불상.


2) 주파수 메모리가 안 된다. 껐다키면 메모리가 다 초기화. 배터리를 끼워놓고 작동하는 만큼, 배터리를 분리하면 원래 메모리가 초기화되었었나 싶다. 아무리 그래도 단 1초도 못 버티나 싶다. 기판을 봐도 어떤게 백업배터리 기능을 하는지 모르겠다. 전해 커패시터가 몇개 있긴 한데, 지나온 세월치고는 겉모습이 너무 멀쩡해 보여서 고장을 의심하기가 어렵다. 이것도 체크해볼 문제.... 


일단 택스위치부터 교체하고, 봐서 전해커패시터들도 여분이 있으면 교체해봐야겠다. 크기가 맞는게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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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불량이 의심되어서 교체용 부품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맞는 부품이 없다.


Dial/Thumbwheel/Gear tuning potentiometer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대체로 아래 사진에 있는 두가지 종류만 팔리는 것 같다. 워크맨 등에 쓰이는 지름 16mm 짜리 3핀/5핀 가변저항과 스위치달린 조그만 가변저항. 하나는 핀위치가 안 맞아서 점프선으로 연결해줘야 하고, 다른 하나는 높이가 안 맞는다.


        


해서......교체품 구입은 일단 보류하고 원래 달려있던걸 수리해보기로 했다.


기판에서 분리한 모습. 203D라고 마킹되어 있다. 20K옴인 건 알겠는데 D는 뭘 표시하는지 모르겠다. A/B는 봤는데, D는 뭘까......


나사를 풀러 다이얼을 분리하면 아래와 같이 가변저항 몸통만 분리된다. 20K옴 5핀 Dual Gang Potentiometer.

밑판을 붙잡고 있는 양쪽의 쇠고리를 살살 벌려준다. 너무 힘을 주면 부리지기가 쉬우니 손톱으로 살살 넓혀가는게 좋다.

밑판과 분리된 모습. 가운데 회전판 부분도 분리한다.

세 부분으로 분리된 모습. 왼쪽이 in 단자와 탄소막(저항절연체) 밑판. 가운데가 회전노브. 오른쪽은 2개의 out단자가 있는 뚜껑.

가운데 회전노브가 돌아가면서 밑판과 뚜껑의 in단자와 out단자를 연결해준다. 접점 위치에 따라 저항값이 0~20K옴 사이로 달라진다. 신호는 좌우 채널 두개의 신호가 in단자로 들어와서 out 단자의 좌우채널 두개로 각각 나간다. 밑판에 있는 단자 한개는 공통 단자 (GND/COM)이다.

회전노브의 접점부분이 이탈되었거나 이상이 있을줄 알았는데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섣불리 만졌다가 소생불가능이 될 수 있어서 회전노브는 건들지 않고 접점만 청소해주기로 했다. 이런데는 DeOxit이 최고인데 넘 비싸서 못샀다. 아쉬운대로 알콜과 BW-100으로 세척해준다. 면봉끝에 까만 침착물이 묻어 나온다.

다시 조립후 저항 테스트. Min 위치일때 18.7K옴.

Max 위치일때 0옴. 저항값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ㅎㅎ


다음은 택스위치. 교체품 구입하려다 혹시 갖고 있는 부품용 기판에서 꺼내 쓸게 없나 하고 봤더니 고장난 DVD가 보인다. 픽업불량으로 소생불가능 판정을 받고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녀석인데......마침 찾는 규격의 택스위치가 있다.ㅎㅎ



납제거후 적출한 택스위치 6개. 사진 오른쪽은 도시바 라디오에서 나온 불량스위치.


도시바 라디오에 끼워넣을 수 있도록 핀모양을 맞춰준다. 한쪽은 잘라내고 다른 한쪽은 플라이어로 펴준다.


택스위치와 볼륨가변저항을 기판의 제위치에 끼운다. 끼우기 전에 기판접점 부위에 이물질이 없도록 알콜로 깨끗이 닦아낸다.


재납 완료.


배터리 넣고 테스트.


파워스위치 작동 잘 되고 볼륨도 다시 살아났다.^^ 안 되는줄 알았던 선곡메모리 기능도 잘 된다.



이상 수리 끝! 재조립후 서랍에 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