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수리] 인켈 미니 컴포넌트 RX-858v

누군가 소명을 다한 인켈 858v 세트를 분리수거장에 내다버렸기에 냉큼 들고왔다.

오디오 기기 수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눈독을 들였던 기종이 인켈 858이었다. 입문용으로 쓰기에 가격도 무난했고, 성능도 괜찮다는 평이 많았었다. 중고시장에 매물도 많고.... 그러다가, 한단계 상급기종인 878세트가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오는 바람에 858은 바로 외면당했었다.

예전에 쏟았던 관심이 있어서인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나 보다.

사진빨이 좋아서인지 사진으로는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상태는 아주 안 좋았다.

전면패널은 어린아이 소행인지 크레용 같은 걸로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 있었고, 앰프의 노브는 모두 실종상태였다. 스크래치도 많았고, 상판은 거무죽죽했다.

상판을 들어내고 나니 정체불명의 포켓몬카드가 들어 있었다.ㅠㅠ 저 카드는 어떻게 저기 들어갔지? 신기할 따름이다. 틈도 없는데....

당연히 제대로 작동되는건 하나도 없었다.

앰프는 소리가 작고 심하게 지직거렸다.

튜너는 주파수가 아무것도 안 잡혔고, 모노만 표시되고 스테레오 불빛이 안 들어왔다.

CD는 트레이 열렸다 닫히는거만 되고, 디스크 읽으려는 시도도 안 했다.

데크는 그나마 작동은 되는데, FF/REW가 안 되고, 전면패널 선택버튼들이 대부분 오작동했다.

대충 증상은 지난번 878 수리때랑 비슷했다.

[내부확인 결과, 858과 878의 차이 몇가지]

1. 앰프: 858v는 Discrete 회로인 반면, 878은 OpAmp 칩을 사용한다. 의외다.

2. 데크: 메커니즘은 동일한 것 같다. PCB 구성만 조금 다르다.

3. CD 픽업: 858v는KSS-212A, 878은 흔한 KSS-213C를 사용한다.

4. 튜너: 878은 앰프/튜너 일체형 리시버인 만큼, 튜너부 PCB가 매우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반면, 858은 튜너보드가 아주 널널하다. 회로는 거의 동일한듯 싶다.

[수리내역]

1.CD 플레이어

디스크 못 읽는 증상은 픽업렌즈 청소로 해결이 안 되었다.

끽끽 하는 소리는 나는데 모터가 안 도는 걸로 보아 메커니즘이 어딘가 빡빡하던지 걸린 것 같다.

분해하기 귀찮아서 대충 나사만 풀르고 전면패널을 뒤집어 놓은 다음에 작업을 했다.

픽업 어셈블리를 분해해서 기존 구리스를 알콜로 다 닦아내고 다시금 구리스를 발라주었다. 모터부도 분해해서 베어링 주위에 오일을 주입했다.

청소 결과.....이제 디스크를 읽는다. 다른 기능들도 모두 정상.

그런데, 가끔 끼끼 하는 소리만 나고 디스크 읽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경우에 트레이를 한두번 열었다 다시 닫으면 다시 정상적으로 읽는다. 픽업위치 센서의 접촉불량이 의심되는데 다시 분해하기 귀찮아서 일단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ㅠㅠ

2. 카세트 데크 플레이어

데크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라, 내부 청소와 윤활작업을 해줬다.

고무벨트는 상태가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재생해서 쓰기로 했다. 먼저 끊는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약 2분간 돌려줬다. 남은 물로는 커피 한 잔...ㅎㅎ

그리고, 글리세린 목욕.... 다시 둥그렇고 탱탱한 모양으로 돌아왔다.

데크 내부의 기어 부분에 구리스 윤활작업을 해주고, 헤드와 핀치롤러를 정성껏 닦아줬다.

전면버튼의 오작동 문제는 택스위치의 접점불량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서 BW-100을 흠뻑 뿌려주고 스위치를 백번쯤 가열차게 눌러줬다.

그리고 작동시켜 보니......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놀라운 것은 음질이었다. 소리 늘어짐도 없고 음떨림도 전혀 없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틀어봤는데 CD와 음질 차이를 거의느끼지 못할 정도다. 858 데크 어셈블리를 떼어 내서 878 데크에 이식할까?......심히 고민된다.

[튜너]

내부 회로가 초간단한 만큼, 수리도 아주 심플했다.

나무 젓가락 깍아 만든 조정드라이버로 IFT 코일을 조정해줬다. 몇번 아래위로 왔다갔다 했더니 주파수가 잡히고 스테레오도 잘 잡힌다.

한가지 더..... 메모리 배터리 용도의 슈퍼캡이 수명을 다해서 전원을 끌때마다 저장된 주파수 선곡 정보가 초기화되어 버린다.

사용된 슈퍼캡은 5.5V, 0.047F 커패시터다.

지난번 알리에서 구매해둔 대체품이 있어서 교체해줬다.

스테레오 불빛이 점등될 때의 짜릿함........오디오 수리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메인앰프]

앰프는 볼륨과 톤콘트롤의 가변저항을 세척해주었더니, 지직거림과 출력음량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

한가지....헤드폰 잭이 문제였다. 헤드폰 단자에 뭘 쑤셔넣었었는지 세정제로 아무리 세척해도 해결이 안 된다. 할 수 없이 버리는 오디오 기기 기판에서 동종의 헤드폰잭을 분리해서 교체해줬다.

오른쪽이 858 헤드폰 잭. 구멍 안에 정체불명의 이물질들이 가득하다ㅠㅠ 왼쪽은 삼성 MAX-555에서 적출한 헤드폰잭.

그외의 다른 부분들은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전원부와 출력부 부품들 모두 외관상 깨끗했고, 커패시터들도 정상인 것 같았다.

전원부 평활콘덴서는 4700uF/50V로 조금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볼륨을 크게 틀 일이 거의 없는 우리집서 쓰기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예상과는 달리 앰프회로가 칩앰프가 아닌 디스크릿회로다. D2389와 B1559 트랜지스터가 페어를 이루고 있다.

방열판도 큼직하고 전원부 트랜스포머도 묵직하다.

878은 릴레이 접촉불량 문제가 있었는데, 858은 괜찮았다. 릴레이는 DH2SU 1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전원 릴레이인지 스피커 출력 릴레이인지 불분명하다.

[기타 공통사항]

외관이 심히 더러운 상태였던지라, 케이스와 전면패널 모두를 떼어내서 깔끔이 목욕시켜줬다.

주방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서 매직블럭으로 박박 문질러주었다. 전면패널은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살살 문질러준다.

버튼들도 분리해서 틈새 사이사이를 치솔로 세척.

[수리후 모습]

잔 스크래치가 여전히 눈에 거슬리지만, 외관은 상당히 깔끔해졌다.

앰프의 볼륨 노브는 버리는 오디오에서 떼어낸 노브로 우선 달아주었다. 폼새는 안 나지만 그래도 휑한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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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수리후 몇일동안 기기를 작동시켜 보니 몇가지 추가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

1. 스피커 출력이상

앰프를 키면 처음에 왼쪽 스피커가 잘 안 나온다. 볼륨을 몇번 움직이면 지직거리다가 소리가 난다. 전형적인 릴레이접점 불량 증상 같다.

릴레이는 부품구입후 교체예정. DEC사의 DG2SU 모델이다. 흔치 않은 24V, 2FormA (발 6개짜리이고 발간격이 15mm, 5mm) 유형이라 오프라인에서 구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품수급이 되는대로 교체예정이다.

2. CD 플레이어 No-disc 에러

CD를 가끔 못 읽는다. 디스크를 넣으면 안에서 끼긱 하고 움직이려는 소리가 나는데 그 이후 모터 도는 소리가 안 난다. 대부분 잘 되는데 가끔 가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다시 트레이를 열었다 닫으면 또 잘 읽는다. 픽업문제는 아닌 것 같고 어딘가 메커니즘 문제인 것 같다.

CD 플레이어는 내부 확인 결과 픽업위치를 알려주는 릴레이의 접점불량 문제였다. 픽업어셈블리가 초기위치로 이동해서 아래사진이 투명플라스틱을 밀어주면 그 안에 들어있는 릴레이접점이 연결되고 디스크읽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아무리 밀어도 접점이 연결되지 않으니 끽끽하는 소리만 나고 디스크가 안 돌아갔었다. BW-100을 뿌리고 접점을 앞뒤로 반복적으로 눌러줘서 접점을 청소해줬다. 청소후 문제 해결. 디스크읽기가 이상없이 잘 된다. 

3. 시계 초기화 문제

튜너의 시계를 조정해서 맞춰놓아도 전원플러그를 뽑았다 다시 꽃으면 맞춤이 초기화되서 시간이 다시 00:00으로 돌아가고 깜빡거린다. 백업메모리 문제인지 원래부터 이런건지 모르겠다. 주파수선곡 메모리는 이상 없이 잘 되는만큼 백업메모리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시간 초기화 문제는 고장이 아니라 원래 그런것이란다. 시간 깜빡거리는게 싫으면 예비전원은 계속 켜둬야 할 듯....

Should there be a power failure or should the power cord be unplugged, the time display will flash at ” “. If this happens, reset the current time.

출처: Denon D-F100 User Manual p12

중고나라에서 리모콘을 따로 구입했다. 리모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이지 천지차이다. 세상 편하다.ㅎㅎ